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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편지를 다시 펼치며…

조앤리의 부동산 "토크토크"

 

낡은 편지를 다시 펼치며…

 

여름철 한동안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그 속에서도 매월 역사적인 새 기록을세우는 밴쿠버 부동산 마켓. 그 시장의 한가운데에서 2년을 보내고 이제 한숨을 돌리려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감도 한꺼번에 몰려온다.
캐나다에 온 지 12년째, 짧다면 짧다고 할 수있는 기간이지만 어느 순간 이것저것 뒤돌아보게 된다. 어느 날 10년 전 쓴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먼 곳에 계시는 아빠께…

 

지루하고 비만 많던 봄, 꽃가루 지천으로 날리던 5월이 지나고 벌써 6월 초순을 넘기고있어요. 곧 시작되는 아이들 여름방학을 앞두고 조금은 한가해진 때문일까. 매일매일 아이들 등교 후에 절절하게 느껴지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어요.

 

곧 있으면 아빠가 떠나 신지 2년이 되는데 올해도 뙤약볕 아래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이겠네요.

 

제가 캐나다에 온지도 1년이 되었어요. 우정이 9학년, 우진이 5학년, 아이들은 마치 여기있던 아이들인 것처럼 한 달도 못되어 잘 적응하고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이제 새로운 나라에 발을 딛고 함께 걸어나갈 준비를 끝낸 거 같아요. 저는 애들이랑 이렇게 이 방향으로 가는데 아빠가 떠나 신지가 2년이나 되었다는게 반대로 멀어지는 것만 같고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의 모습, 말씀, 어렸을 때, 커서의 모든 추억들이 이제는하나로 뒤죽박죽이 되어 문득문득 되살아나요.

 

내동집 아빠서재에 아빠 사이클 조기회 운동복을 위에 걸치고 아빠 책상에서 공부하면서 맘이 훈훈했던 일, 교회로 같이 버스 타고 가던 중 날이 너무 아름다워 아빠가 갑자기 내리자고 하셔서 교회까지 손잡고 그 먼 길을 전력질주로 뛰어갔던 일, 우진이 낳고 우진이 너무너무 이뻐하시고 자랑스러워서 손수 안고 다니시던 일, 같이 미국여행 갔을 때 이미 피곤함과 병에 대한 불길함으로 얼굴이 까매지던, 그러면서도 언니랑 나, 노는데 방해될까 봐 미소로 숨기시던 거.
어릴 적 앨범을 꼼꼼히 정리해 그 투박한 손으로 어떻게 오리셨을지 신기한 작은 종이띠에다가 제목과 느낌을 일일이 적어 보관하셨던 로맨틱함.
눈감고 손을 저으며 심취하셨던 서부영화음악들, '아기코끼리의 걸음마' '귀여운 꽃' 같은 색소폰 곡들, 그 빛 바랜 레코드 판의 커버들, 함께 들었던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들이 귀에선해요.
가평 가신다고 가방이랑 부스럭거리며 식구들 안 깨게 조용히, 한밤중 같은 어두운 길을 나서던 그 수많은 새벽들....

개가, 이름이 ‘쪼리’였던가요. 공원의 통행금지 음악을 따라서 흉하게 우니까 아빠가 나가서 똑같이 흉내 내시며 못하게 가르치시던 일, 옛날에는 달이 더 컸던 걸까?

이층침대가 붙어 있던 큰 창을 꽉 채울 것 같았던 달, 거기다 자정이 넘어서 온 세상이 조용한데 간혹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그 정취에 가슴을 설레고 있으면 아빠가 손수 조립하신 플래시로 침대쪽을 비추면서 올라오셨어요. 저는 늘 자는 척, 그래도 어떻게 아시고는 “그만자라”며 매일 밤 딸들 방들을 순찰하셨지요. 아빠가 즐겨 치시던 피아노 곡, ‘양떼를 떠나서…’ 바장조 그 곡은 늘 세 옥타브를 한음으로 연주하시는 거였는데 그 곡을 치실 때면 빠짐없이 저에게 너는 어떻게 찬송가에 있는 4성을 한번에 칠 수가 있냐고 매번 물어보시며 신기해 하셨어요

엄마가 방금 무쳐놓은 채소 한 그릇을 뚝딱, 국물까지 맛있게 드시던 모습, 당뇨때문에 제가 마시던 커피 “나 그거 한 모금만 좀 마셔보자...” 며 엄마 몰래 부탁하시던 일, 돌아가시기 며칠 전 밤 언니랑 교대하려는 소리에 제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보이지 않은 눈을 제 쪽으로 맞추시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아직도 너무 가슴이 아파요. 가시는 것을 애달파하시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시던 모습이 더욱 아프고요. 내가 아빠, 왜 아파? 하고 따지면 빙긋이 웃으시며 “아구, 그럼 사람이 아파야 또 가구 그러는 거지 안 그러면 그럼 영원히 살게” 하셨어요.

 

캐나다에 오면서 왠지 조급하게, 이런 기대를 안 했기때문일까. 주된 일과인 운전하며 다니는 주변이 이렇게 넓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바로 제 집 정원에도 흐드러진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 잎 사이를 엿보기 힘든 거대한 벽이 되는 울창한 숲, 시시각각 구름 쇼를 보여주는 광활한 하늘.

이런 ‘큰 것’ 들을 보고 마음이 벅찰 때마다 꼭 아빠 생각이 나서 부르고 다녔어요. 와서 보셨으면 얼마나,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새로산, 이렇게 좋은 집도 보여드릴 아빠가 없다니요. 그것도 2년이나 되어서....

 

오늘도 아빠는 그 뜨거운 돌 밑에 계시겠네요.

여기 캐나다는 80세, 90세, 심지어는 교회에서 100세 되는 축하박수를 받는 정정하고 행복한 노인도 두 분이나 봤는데요. 아빠는 물론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만 제 마음에는 아직 조그마한 미움이 남아있어요. 이 아쉬움이 무디어져 저 나무만큼 저 하늘만큼 커다란 마음이 되었을 땐 저도 아빠의 나이 같은 세월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평생을 큰 내색 안 하시고 좋은 일, 나쁜 일을 삭히시고, 아니, 좋은 점만 보시는 혜안을 가지신 우리아빠.

마음이 어린아이와 같아서 항상 배우고, 첨단의 것들에 대해 끝없이 신기해하시고 연구하시던 순수함.

어느 때 한번 자식들의 의견을 무시한 적 없고, 세 딸들의 소음과 스피커가 터져 나갈 거같던 시끄러운 음악소리조차 항상 존중해 주셨던 거, 마음의 주인 하나님께 평생 흐트러짐 없이 한결같았던, 잘 생기신 우리아빠의모습을 저의 일생에 걸쳐서 닮아가고 싶어요

 

정원의 울창한 나무들이 이 적막한데 대답을하는 거처럼 버석버석 움직이고 있네요.

저 나무처럼, 하늘처럼, 볼 때마다 생각나는사람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아빠.

항상 그립고 가보고 싶은 한국에 제2의 고향같은 아빠집이 산속에 있어서 감사하구요.

캐나다 와서 울고 다니며 땡볕에 운전하며 부르고 또 불렀던 먹먹했던 그 이름. 못다했던 말들을 아빠께 이렇게라도 드릴 수 있으니까 또 감사해요.

어린아이처럼 아빠의 손잡고 무릎에 앉고 싶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아빠가 제 마음에 와계실 것을 믿어요.

우리가족, 엄마, 언니들, 상옥이 서로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거고요.

사랑해요 아빠.

언제나 보고 싶어요.

 

2006년6월 7일

밴쿠버에서 막내딸 도은 올림

 


캐나다로 오고 이듬해 이 편지를 눈물로 쓰며 한국에서 달고 온 모든 애증과 아쉬움과 서운함을 딛고 전진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편지를 쓸 무렵 라이센스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10년이란 시간 속에서 마치 영화처럼 감사하게도 목표했던 일들이 다 이루어졌다.

생각해보니 한국에 마지막으로 간 게 2011년. 처음 몇 년은 못 가서 조바심 나더니 이제는 안 가는 데 더욱 익숙하다. 아마도 내 마음속에서는 너른 창 저편에 보이는 저 골든이어스 산에 아빠를 묻었기 때문일 듯하다. 아침잠이 없던 나는 처음 한동안 토요일 새벽마다 골든 이어스로 나혼자 작은 로드트립을 떠나곤했는데 그 초입 숲길에서 늘 아빠와 이야기하고 그의 눈동자와 숨결을 느꼈다. 그 영혼을 나무 사이사이 섬세하게 옮겨 심었다. 그 고독한 운전도 이 편지를 쓰면서 내려 놓을 수 있었고 그 후로는 모든 동기와 휴식, 위로를 자연에서 얻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나도 너처럼 되고 싶다. 너만큼만 하고 싶다” 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부모님에 대한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개인사가 너무 장황해진 점 송구하며 아름다운 밴쿠버의 남은 여름을 더욱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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